단어의 사생활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나는 '우리'라는 말 쓰기를 꺼리는 편이다.


왜 '우리'라는 단어를 조심하게 됐는지 생각해봤다.

아마 그 단어의 배타적인 면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을 생각보다 어린 나이에 이해하고 있었다.


*


초등학생 때였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 끝나갈 때 촌구석에서 약간의 도시로 전학했다.

한 학년에 2반이 있는 학교에서 5반이 있는 학교 정도.

낯선 집, 모르는 동네, 익숙치 않은 학교, 새로운 교회, 처음 만나는 친구.

모든 것이 낯선 시기가 내겐 꽤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까무잡잡한데다 몸집도 작고 생긴것도 순딩이처럼 생긴 촌년이 익숙한 동네를 떠나와

1년을 함께 보내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도시 아이들 틈바구니에 억지로 섞였다.

대륙의 강가에 잘못 흘러 들어온 외딴 섬 같았다.


곧 새학년에 시작되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3년동안 같은 학교에 다닌 그들은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끼리,

학원에서 교회에서 동네에서 아는 사람끼리 모였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내가 적응한 모습은

두루두루 잘 지내긴 하나 특별히 누군가와 친하지도 않고, 적도 없고,

남자아이들에겐 장난쳐도 심하게 삐치지 않는 털털하고 성격좋은 여자아이로,

여자아이들에겐 친절하고 대체로 조용한 아이로 자리잡았다.


그러던 어느날 새로운 전학생이 생겼다.

우연히 전학생과 나와 다른 그룹이지만 같은 반친구 2명과 내가 한자리에 있게 되었다.

종종 어울리던 친구들이었기에 큰 위화감 없이 시간을 잘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같은 반 친구 중 한명이 전학생에게 이야기했다.


"같이 놀 사람이 아직 없으면 우리랑 같이 다니자.

 우리는 나랑, 얘랑, 그리고 지금은 없지만 00랑 ㅁㅁ야."


전학생이 나와 눈이 마주치고 곧 시선이 흩어졌다.

나와 전학생은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들은 듯했다.


'넌 우리가 아니야'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우리'라는 단어가 '너와 나 함께'라는 뜻이 아니라

'너 말고'라는 뜻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


<단어의 사생활>은 내 기대와는 다른 책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찍힌 텍스트에 비해 내용이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단어에 대해 생각해 봤던 일들을 떠올리게 되어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봤다.


* 2017년 4월 17일 포스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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