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김애란' 작가님의 이름은 시작과 같은 의미다.
매년 다독을 목표하지만 대체로 3~4개월 지나면 독서는 다른 일에 밀리고 만다.
퍼뜩 정신 차려보면 그 상태로 1, 2개월은 우습게 지나가 있다.
독서를 숙제처럼 생각진 않다. 다만 독서의 흐름을 탔을 때 차오르는 감정과 생각의 흐름들을 좋아한다.
그 흐름이 끊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다독을 목표로 삼는다.

해는 운이 좋다 해의 중반기에 김애란 작가의 신작이 나왔기 때문이다.
망설일 필요도 없이 다시 독서의 시작이다.

 

*

얼마 전부터 필사를 시작했다.
책 한권을 필사한다기보단 독서하면서 문장을 수집하는 의미로 필사를 시작해보았다.
그 중 몇가지를 여기에도 적어두려 한다.

만일 어느 작품 속 인물이 평편하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표현됐다면, 부조리한데 그럴법하고, 전적으로 지지할 순 없으되 한편으론 이해할 수 있게 그려졌다면, 그건 그 작가가 유능하다기보다(혹은 그 능력에 앞서) 겸손하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라고 믿어서다.
-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말 주변에서, 말주변 찾기) 중
이해란 비슷한 크기의 경험과 감정을 포개는 게 아니라 치수 다른 옷을 입은 뒤 자기 몸의 크기를 다시 확인해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점, 선, 면, 겹) 중
얼마 전 '미개'라는 말이 문제가 돼 그 뜻을 찾아봤다. '사회가 발전되지 않고 문화 수준이 낮은'이라는 뜻이 먼저 등장했지만 그 아래 '열리지 않은'이란 일차적인 뜻도 눈에 띄었다. 앞으로 우리는 누군가 타인의 고통을 향해 '귀를 열지 않을' 때, 그리고 '마음을 열지 않을' 때, 그 상황을 '미개'하다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중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
-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중
거기 모인 이들의 분노와 원망, 무기력과 절망, 죄책감과 슬픔도 결국 모두 산 자의 것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무엇보다 가슴이 아팠던 건, 죽은 자들은 그중 어느 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거였다. 산 자들이 느끼는 그 비루한 것들의 목록 안에서조차 그들이 누릴 몫은 하나도 없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중
진짜 공포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 혹은 부족한 것은 공포에 대한 상상력이 아니라 선에 대한 상상력이 아닐까. ...(중략)... 그러니 '희망'이란 순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들이 발명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잊기 좋은 이름) 중

 

*

모아둔 문장을 보고 느낀건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었다.
2014년 봄, (대한민국의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작가님은 마음 깊이 아파한 듯하다.
그 때 대한민국은 집단 우울증을 앓았던 게 생각난다.
이 부분에 대해 나는 왈가왈부 할 수 없고, 할 말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그저 그 주변 언저리에서 '이해'라는 단어에 대해 내 나름대로 다시 생각해볼 뿐이다.

어릴적 한참 예민했던 중학생 시절에, 누군가 나에 대해 '안다'라고 말하는 것에 큰 저항감과 분노를 가졌다.
'나에 대해 뭘 아는데 나에 대해 안다고 말하는 걸까'
누군가 나에 대해 아는 체 한다거나 나의 친구를 자처하던 이들에게 하악질을 했던 것 같다.

이유는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가족과 종교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고, 그들을 향해 불신으로 벽을 치던 때였다.
다시 생각하면 그 때의 내가 참 불쌍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서 무서운데 표현할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한껏 긴장을 타고 다가오는 이들을 향해 하악질해댔다. 정작 할퀴진 못했겠지만 시늉이라도 죽어라 해댔다.
어쩌면 내 헛발질에 누군가는 상처입었을지도 모른다.

짐작컨대 누군가 나에게 어설픈 위로를 건넬까봐 그게 싫어서 였을거다.
어설픈 위로로 위장한 호기심이 더 겁났을거다.
호기심을 채운 사람의 혀는 순식간에 무기로 변하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다가온 고마운 사람이 있었다 하더라도 아마 나의 상태가 위로를 받을만한 상황이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해와 위로는 꼭 전하지 않을 때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누군가 위로할 일이 생긴다면 나는 꼭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

1. 그 일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말하고 싶어한다면 경청하되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2. '힘 내', '울지 마', '이해해' 같은 가볍고도 위로로 위장한 적당히 빠른 말을 하지 않는다.
    차라리 '네가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소망을 전한다. 나머지 말에 대해선 침묵을 지킨다.
3. 원한다면 그 옆을 지킨다. 그냥 행동을 한다.

나에게 '이해'라는 단어는 '오지랖'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예민한 단어이다.
김애란 작가님이 수필에서 쓴 단어의 뜻들이 내게도 와닿는 부분이 많아 더욱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가 왠지 눈길을 끄는 도서를 발견했습니다.

아웃풋 트레이닝

손이 안갈 수 없는 제목입니다.
저는 아웃풋이 필수적인 사람입니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쓰고, 자르고 붙이고 두드리면서 항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나 필수적인 아웃풋에 트레이닝 방법이 있다니 어찌나 반갑던지.

저는 책을 볼 때 먼저 목차를 봅니다.
목차를 보면 이 책의 개요를 대강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어차피 온라인 서점에서는 목차를 공개해놓았으니, 아웃풋 트레이닝 책의 목차를 기록해봅니다.

아웃풋 트레이닝 목차

CHAPTER 1. 아웃풋의 기본 법칙

* 아웃풋이란? 아웃풋의 정리 : ‘현실’을 바꾸려면 아웃풋하는 수밖에 없다.
* 자기 성장과 아웃풋의 관계 : 성장곡선은 아웃풋의 양으로 결정된다.
* 아웃풋은 ‘운동’이다. : 몸으로 기억하는 ‘운동성 기억’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
* 아웃풋의 기본 법칙 1 : 2주일에 3번 쓴 정보는 장기간 기억된다.
* 아웃풋의 기본 법칙 2 : 출력과 입력의 사이클 ‘성장의 나선 계단’
* 아웃풋의 기본 법칙 3 : 인풋과 아웃풋의 황금비율은 3:7
* 아웃풋의 기본 법칙 4 : 아웃풋 결과를 고찰하고 다음에 반영한다.
* 효과적인 피드백 방법 4가지 : ‘성과’를 올리고 ‘성장’하는 단계
* 아웃풋의 6가지 이점 : 인생이 즐겁고 여유로워진다.

CHAPTER 2. 과학적 전달 화법

* 말하기 1 :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하는 것도 훌륭한 아웃풋이다.
* 말하기 2 :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 말하기 3 : 험담은 부정적 인생의 시작
* 전하기 1 : 겉모습이나 태도는 말만큼이나 중요하다
* 눈을 보다 : 눈은 ‘기분’과 ‘감정’을 전하는 수다스러운 기관
* 전하기 2 : 부드러우면서 적확하게 전달하는 ‘쿠션 화법’
* 인사하기 : 인사는 ‘당신을 인정합니다’라는 사인
* 잡담하기 : ‘오래 말하기’보다 ‘틈날 때마다 짧게 짧게 말하기’
* 질문하기 1 : 시작 전 질문이 공부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 질문하기 2 : 깊이 있는 논의로 만들어주는 ‘적절한 질문’이란
* 의뢰하기 : ‘기브&테이크’보다 ‘기브&기브’ 정신으로
* 거절하기 1 :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기 위해
* 거절하기 2 :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즉석에서 판단한다
* 프레젠테이션하기 : 긴장을 내 편으로 만들면 기량이 상승
* 토론하기 : 필요한 것은 꼼꼼한 사전 준비와 약간의 용기
* 상담하기 :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만 해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 관계맺기 : ‘강한 유대’로 15명과 깊은 관계를 맺는다.
* 칭찬하기 1 : ‘칭찬해서 성장시킨다’는 이치상 맞는 말
* 칭찬하기 2 : 상대가 우쭐해하지 않는 효과적인 ‘칭찬법’
* 야단치기 1 : 화내는 것은 자신을 위해, 야단치는 것은 상대를 위해
* 야단치기 2 : 신뢰관계가 없으면 야단쳐봤자 역효과
* 사과하기 : ‘사과하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 설명하기1 : ‘의미 기억’에서 ‘에피소드 기억’으로 변환
* 설명하기 2 : ‘당당한 태도’에 ‘근거’를 더한다
* 숨김없이 털어놓기 : 본심을 발깋는 것이 끈끈한 인연을 만든다
* 자기소개하기 : ‘30초’와 ’60’초 2가지 패턴을 준비
* 영업하기1 : ‘팔려고 노력한다’가 아니라 ‘가치를 전한다’
* 영업하기2 : ‘가치>가격’이 성립하면 상품은 잘 팔린다
* 감사하기 : 만사 술술 풀리게 해주는 마법의 말 ‘고맙습니다’
* 전화하기 : 유사시 최강의 힘을 발휘하는 수단

CHAPTER 3.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글쓰기

* 쓰기 : 쓰면 쓸수록 뇌과 활성화된다
* 손으로 쓰기 : 타이핑보다 압도적인 손 필기의 효과
* 메모하기 : 책 귀퉁이에 남겨진 빽빽한 메모는 공부의 궤적
* 써내기1 :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사진처럼 남기는 작업
* 낙서하기 : ‘기억력을 높이는’ 놀라움의 효과
* 써내기2 : 뇌는 동시에 3가지 일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 좋은 글쓰기 : ‘많이 읽고 쓰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 빨리 쓰기 : ‘설계도’를 미리 작성하고 쓰면 3배속으로 빨리 쓸 수 있다
* 빨리 입력하기 : 업무상 컴퓨터를 쓸 때 필수 스킬
* TO DO 리스트 작성하기 :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
* 깨달은 것 메모하기 : 아이디어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승부는 30초
* 생각 떠올리기1 :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있을 때야말로 창조성이 발휘된다
* 멍하게 있기 : ‘멍하니’ 있는 것이 뇌의 작용을 활성화한다
* 생각 떠올리기 2 : 최고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필요한 4가지 프로세스
* 카드 쓰기 : 아이디어를 낼 때 빼놓을 수 없는 정보 카드
* 노트에 정리하기 : 사고의 궤적을 한 권의 노트에 전부 남긴다
* 구상 정리하기 : 처음에는 종이와 펜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것’부터
*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만들기 : 파워포인트 작업은 구상이 확고해진 후에
* 화이트보드에 쓰기 : 서로 의견을 내는 자리에서는 최적의 수단
* 인용하기1 : 설득력을 압도적으로 높이는 ‘인용’ 마법
* 인용하기2 : 전문가가 이용하는 사이트에서 적절한 인용처를 찾는다
* 요약하기 : 140자로 기르는 ‘요약력’=‘사고력’
* 목표 세우기 : ‘실현할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운다
* 목표 실현하기 : 목표는 뇌리에 새기고 세상에 공언한다
* 기획서 쓰기 : 기획이 될 만한 재료를 평소에 눈여겨본다
* 그림이나 도형 그리기 : ‘말로 설명’보다 ‘말+그림으로 설명’
* 메일 보내기 :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메일 체크 & 답신은 5분 이내
* 즐겁게 쓰기 : 자기 성장을 위한 ‘파트너’에게는 아낌없는 투자를
* 문제 풀기 : ‘암기’ 3 : ‘문제집’ 7 공부의 황금 비율

CHAPTER 4. 압도적으로 결과를 내는 사람의 행동력

* 행동하기 : ‘자기 만족’을 ‘자기 성장’으로 바꾼다
* 지속하기 : 결과를 내기 위한 궁극의 성공 법칙
* 가르치기1 : 자기 성장에 가장 효과가 있는 아웃풋
* 가르치기2 : 찾을 수 있으면 찾고, 없으면 만들면 된다
* 집중하기 :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을 하지 못한다
* 도전하기1 : 도전 없이 자기 성장도 없다
* 도전하기2 : 약간 어려운 목표를 반복한다
* 시작하기 : 5분만 힘내서 ‘의욕의 스위치’를 켠다
* 해보기 : 도전하지 않으면 영원히 이대로
* 즐기기 : ‘즐기면’ 기억력과 의욕의 향상
* 결단하기 : ‘가슴이 설레이는 쪽’을 ‘5초 만’에 선택한다
* (말로)표현하기 : 힘들고 괴로우면 토해내고 해독하자
* 완성시키기 : ‘30점짜리 완성품’을 시간을 들여 다듬는다
* 이끌어가기 : ‘목표’가 아니라 ‘비전’을 내세운다
* 웃기 : 웃으면 10초만에 행복해진다
* 울기 : 눈물에는 스트레스 발산 효과가 있다
* ‘분노’ 컨트롤하기 : 발산이 아니라 잘 받아넘겨야 하는 감정
* 잠자기 :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수면 부족 때문인지도
* 운동하기 : 1회 1시간 X 일주일에 2번 유산소운동이 뇌를 활성화시킨다
* 위기관리하기 : ‘위험천만한 사례’를 하나라도 줄인다
* 시간관리하기 : 하루 15분의 ‘자투리시간’을 활용

CHAPTER 5. 아웃풋 능력을 향상시키는 7가지 훈련법

* 일기 쓰기 : 간단하면서도 최고의 아웃풋 훈련법
* 건강에 대해 기록하기 : ‘체중 ‘기분’ ‘수면 시간’을 매일 기록
* 독서 감상문 쓰기 : 책을 읽으면 반드시 그 감상을 쓴다
* 정보 올리기 :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 SNS에 쓰기 : 정보를 올리는 첫 단계 ‘아는 사람들에게 보내기’
* 블로그 쓰기 : ‘인기 블로거’가 되기 위한 3가지 비결
* 취미에 대해 쓰기 : 마니아 지식을 살려서 ‘사람을 움직이는’ 글을 쓴다

 

*

목차만 봐도 아웃풋 트레이닝은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잘 읽히는 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을 모두 읽지 않아도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도 대강 예상이 되지요.
저는 그래서 목차를 살펴보고 특히 궁금한 점이나 눈길을 끄는 페이지를 펼쳐 한챕터 정도 읽어보고 이 책을 살 것인지 아닌지 정합니다.
이 책은 서점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대여목록에 들어갔지만요 ^^

책의 저자는 말하고 쓰는 모든 것들을 아웃풋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렇다고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진 않지만 내가 방향을 잘 잡고 있는 부분과 보완할 점들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책이 마음에 듭니다.
게다가 무언가 실천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 실천력이 부족한 사람이 읽는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책의 내용 중 실천하고 싶은 내용과 그 팁을 몇가지만 소개합니다.

1. 어제 있었던 일 말하기

어제 있었던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단, 규칙은 있습니다.

사실 + 나의 감상/의견

간단하지만 생각보다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초등학교 때 일기를 써오라고 하면 이렇게 적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아침에 7시30분에 일어나서 이불을 개켰습니다. 아침은 먹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에 나의 감상이나 의견이 있을 리가 없지요.
일단 어제 내게 생각을 하게 한 일을 캐치해야 하고, 그걸 누구에게 어떻게 얘기할 것인지도 생각해야합니다.
마치 나의 어제를 기사화해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것처럼요.

2. 자기소개하기

대체로 처음으로 어딜가면 자기소개 할 시간이 생깁니다.
취업 면접때나 자기소개서를 준비해봤지, 어디가서 나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말을 준비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자기소개 요청에 당혹스러워하며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얘기하고 얼른 마무리지은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겁니다.
그런데 TOP에 맞지 않는 자기소개는 서로를 부끄럽게 할 뿐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미리 준비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자가 알려주는 자기소개를 작성할 때의 팁입니다.

1. 누구나 알 수 있게 말한다. :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2. 차별화 포인트를 담는다. : 특이한 부분, 장점, 자신있는 점 등
3. 숫자를 넣는다. : 예) 영화를 좋아합니다 -> 연간 영화 100편을 보는 영화 팬입니다.
4. 비전을 담는다. : 자신이 무엇을 실현하고 싶은지, 행동이나 사고의 지침
5.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의식한다.
6. 자기다움을 추가한다.

3. TO DO 리스트 작성법

저는 리스트 작성하는걸 좋아합니다.
좋아한다기보다 다음에 무엇을 할 지 허둥대는 시간을 싫어합니다.
완료된 TO DO 리스트에 사설을 그으면서 하루를 기분 좋게 마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리스트는 참 잘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리스트 작성법을 수정했습니다.

To Do 리스트 작성법

1. 오전 중 할 일 3가지
2. 오후 중 할 일 3가지
3. 매일 할 일 3가지
4. 짬나는 시간에 할 일 3가지
5. 개인 스케줄, 놀기/취미 3가지
6. 다 쓰지 못한 것(중요도 낮은 것)은 '기타'란에 작성

4. 노트 정리하기 : 사고의 궤적을 한 권의 노트에 전부 남긴다.

1. 한 권의 노트에 전부 정리 : 노트의 용도를 나눠 여러권으로 나누지 말고 한권에 작성해 필요할 때 따로 정리한다.
2. 노트 엄선 : 자꾸 손이 가도록 애정을 주는 물건에 투자를 하자
3. 2페이지 안에 담기 : 펼쳐진 양 면에 기록해 사진처럼 이미지 자체를 기억할 수 있게 하자
4. 기획서에 메모하지 않기
5. 너무 자세히 필기하지 않기 : 깨달은 것과 중요한 내용만 메모한다
6. 깨달은 것 3가지 적기
7. To Do리스트 3가지 정리

저도 노트를 한권씩 꼭 가지고 다닙니다.
꼭 1년단위로 끊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작성해 온 노트들이 4-5권 정도 쌓여 있지요.
노트를 작성해봐서 느끼는 거지만 저자가 알려주는 노트 작성법은 정말 효율적인 작성법같습니다.

5. 목표 세우기

1. 난이도 약간 어렵게 설정
2. 기한 정하기
3. To Do에 반영 : 구체적인 행동
4.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설정
5. 작은 목표로 분할

목표를 세우는 방법입니다.
목표를 세우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마무리가 없어 흐지부지될 것이 십중팔구이니까요.
실천력을 올릴 수 있는 목표 설정 방법입니다.

 

*

실천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고 하죠.
트레이닝은 꾸준히 실천하는 것만이 답인것 같습니다!

 

*

대학시절, 강의 대부분의 시간과 동아리 활동의 시작은 기획서부터였다.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그리고 왜 그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가.

그래서 우리 중 누군가는 말 했다.

"뭘 할지만 알면 그게 뭐든 진짜 열심히 달려갈 자신 있어"라고.


이는 사회생활 할 때도 다르지 않았다.

어느 위치에 있건 기획서는 항상 써야 했고,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기획서의 양식을 갖고 있을 필요가 있는데, 그 양식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된 책이 있다.




THE ONE PAGE PROPOSAL |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 |


몇 년이 지나도 기획서를 작성할 때마다 한번 쯤 다시 펼쳐보게 되는 책이다.

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역시 책은 직접 읽는 것이 제일 좋다.

좋은 내용이라 이 책에서 소개한 형식으로 작성된 견본(해당 책의 기획서) 한 장을 저장하고, 형식을 요약 해둔다.


출처 : THE ONE PAGE PROPOSAL(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 | 패트릭 G. 라일리 지음 | 안진환 옮김
부록에 실린 기획서 견본 중 하나.


1. 제목

기획서의 내용을 한 줄로 집약한다. 기획서의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틀을 잡아 주어야 한다.

2. 부제

제목을 세부적으로 설명하는 간결문. 2차적 정보와 설명을 덧붙여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역할.

3. 목표

주요 목표 진술.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의도. 명백한 언어로 이 기획서가 성취하려는 바를 선언.

4. 2차 목표

1차 목표를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시켜 읽는 사람의 동의를 얻어내는 역할.

5. 논리적 근거

설득. 이 프로젝트가 가능하고, 진행할 것이며, 앞으로 나가야만 하는 모든 이유를 논리적으로 기술. 상세한 리서치가 효력을 발휘하고, 목표가 불러일으킨 의문점들을 미리 예상하고 답변해 목표를 지원하는 역할.

6. 재정

비용과 수입, 그 외 재정 지원. 재정적 구조

7. 현재 상태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어떤 상황이었는가?", "거래의 어떤 요소들이 이미 자리를 잡았는가?, "누구와 손을 잡았는가?", "이미 계약된 거래가 있는가?"

8. 실행

읽는 사람의 질문인 "내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에 대한 대답. 직접적인 행동을 상세히 밝힌다.

9. 날짜와 서명

비즈니스 서류의 기본



단어의 사생활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나는 '우리'라는 말 쓰기를 꺼리는 편이다.


왜 '우리'라는 단어를 조심하게 됐는지 생각해봤다.

아마 그 단어의 배타적인 면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을 생각보다 어린 나이에 이해하고 있었다.


*


초등학생 때였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 끝나갈 때 촌구석에서 약간의 도시로 전학했다.

한 학년에 2반이 있는 학교에서 5반이 있는 학교 정도.

낯선 집, 모르는 동네, 익숙치 않은 학교, 새로운 교회, 처음 만나는 친구.

모든 것이 낯선 시기가 내겐 꽤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까무잡잡한데다 몸집도 작고 생긴것도 순딩이처럼 생긴 촌년이 익숙한 동네를 떠나와

1년을 함께 보내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도시 아이들 틈바구니에 억지로 섞였다.

대륙의 강가에 잘못 흘러 들어온 외딴 섬 같았다.


곧 새학년에 시작되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3년동안 같은 학교에 다닌 그들은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끼리,

학원에서 교회에서 동네에서 아는 사람끼리 모였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내가 적응한 모습은

두루두루 잘 지내긴 하나 특별히 누군가와 친하지도 않고, 적도 없고,

남자아이들에겐 장난쳐도 심하게 삐치지 않는 털털하고 성격좋은 여자아이로,

여자아이들에겐 친절하고 대체로 조용한 아이로 자리잡았다.


그러던 어느날 새로운 전학생이 생겼다.

우연히 전학생과 나와 다른 그룹이지만 같은 반친구 2명과 내가 한자리에 있게 되었다.

종종 어울리던 친구들이었기에 큰 위화감 없이 시간을 잘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같은 반 친구 중 한명이 전학생에게 이야기했다.


"같이 놀 사람이 아직 없으면 우리랑 같이 다니자.

 우리는 나랑, 얘랑, 그리고 지금은 없지만 00랑 ㅁㅁ야."


전학생이 나와 눈이 마주치고 곧 시선이 흩어졌다.

나와 전학생은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들은 듯했다.


'넌 우리가 아니야'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우리'라는 단어가 '너와 나 함께'라는 뜻이 아니라

'너 말고'라는 뜻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


<단어의 사생활>은 내 기대와는 다른 책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찍힌 텍스트에 비해 내용이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단어에 대해 생각해 봤던 일들을 떠올리게 되어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봤다.


* 2017년 4월 17일 포스트 옮김

설민석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초중고를 통틀어 역사는 나의 적이었다.

하, 그냥 정치의 역사는 다 싫었다.

들어봤자 속만 뒤집히고, 어이없고, 그놈의 권력이 뭐길래

난 그런거 가져본 적 없어서 1도 이해 불가. 절대 불가.

아 몰라, 역사책은 베개로 쓰기에 딱 좋은 높이지.


조선왕조실록을 보고있는 날 보더니 남편이 말했다.

태정태세문단세!

그 다음은?

내가 묻자 남편은 재빠르게 사라졌다.

솔직히 나도 기억이 안난다. 원래 역사에 약하긴 했다.


어릴적 위인전기를 좋아해서 즐겨 읽었는데

난 왜이렇게 역사에 약할까 고민해본적은 있다.

조선의 왕들도 각각 이름과 업적 등은 알고 있지만

전체적인 연대표가 없다고 해야 할까.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읽다보면 인물의 관계도와 성격들이 눈에 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난 참 시야가 좁다.

사람을 볼 때 그냥 어떤 사람이라고 수박겉핥듯 알기만 하면 그냥 만족했었나보다.

그 사람에게 어떤 상황이 주어졌고, 왜 그럴수밖에 없었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았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이런식의 관심도 그 때보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생기는걸까.

그 때 역사를 참 좋아하고 잘 하던 친구들은

나와는 달리 주변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이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윈스턴 처칠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이 한마디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스쳐간다.

사회에 나와서는 저 말이 더더욱 와닿아 자꾸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어쨌든 새로운 계기가 되는 책이다.

책도 잘 읽히고, 부록으로 영화와 드라마에 실린 왕들이 정리되어 실려있다.

정리해서 한번 쭉 돌아봐야겠다.


* 2017년 1월 29일 포스트 옮김

한때 그토록 핫했던.. 책이었던가 드라마였던가.

그때 난 대학생이었다.

잊을만 하면 알게되는 내 나쁜 버릇.

남들이 다 보는 건 안찾아보는 것.

이걸 안봐서 '케바케'라는 말도 몰랐지.

그놈의 청개구리 심보란.


어쨌든 나도 봤다. 달콤한 나의 도시.

오연수의 도시를 보고 있자니, 나의 도시 이야기도 자꾸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내 도시 안의 그녀가 자꾸 기웃거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렇게 싱숭생숭했나보다.

내 도시 안의 그녀는 어땠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

내 도시에 이름을 붙이자면 아홉수가 될 것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의 오연수는 30대에 접어들면서 겪은 일들이 나는 아홉수부터 시작됐나보다.

솔직히 그땐 아홉수란 말이 좀 우습게 느껴졌다.

'그런게 어딨어'라고 넘겼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게 아홉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그렇다는 것이지, 사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면 공감할만 하다.


어쨌든 내 도시 안의 그녀는 한 남자와 그토록 헤어지고 싶어했다.

지독히 개인적인 일이라 다시 곱씹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때 그녀가 용써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알게 된다.

그래서 그때의 그녀에게 고맙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


나는 초콜릿을 굉장히 좋아한다.

초콜릿을 좋아한다고 하면 '단걸 좋아하는구나'라고 말한다.

단순히 단게 좋은 것이라면 사탕도 좋아해야 하지 않나.

난 사탕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왜 초콜릿을 좋아할까 고민해본 적이 있다.

달기만 한 초콜릿은 매력이 없다. 너무 달기만 해서 한입 베어물고 버린 적도 있으니까.

단맛 후에 살짝 퍼지는 쌉싸름한 맛. 그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쌉싸름함을 깨닫기 전에 금방 덮이는 단맛.

이게 초콜릿의 매력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초콜릿을 씹으며 봤으면 더 좋았을 걸.

녹여멱는 것이 아니라 오독오독 씹어서.


가끔 '내가 미친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릴 때는 기발한 상상과 엉뚱한 발상이라고 내심 즐거워하며 했던 말이지만 지금은 그 뜻이 다르다.


*

나는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사람이 많은 것을 피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붐비는 거리에서 날 치고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누군가는 칼을 들고 있을것 같고, 그 칼에 꼭 내가 찔릴 것만 같은 아찔한 상상이 자꾸만 든다.

당연히 전철이나 버스도 싫다.

닫힌 공간에서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있으면 으레 나는 땀냄새, 입냄새, 머리냄새, 몸냄새, 발냄새와 그 습기, 전철 의자의 절은 내와 음식냄새와 노인들 특유의 몸내, 노숙자들의 냄새들에 먼저 질린다.

이정도는 누구나가 싫어할만한 상황이다.

언젠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아직 내릴 역이 아닌데 구역질이 나 그대로 뛰어나와 그 사람 많은 곳 공용 쓰레기통에 토사물을 뱉어낸 적이 있다.

"아침부터 왠 취객" 하면서 지나가던 한 여자의 경멸어린 말에 욱하면서도 쓰레기통에서 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물론 난 취하지 않았고, 어제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

빈 속이라 허연 거품만 가득한 위액이 넘어왔을 뿐이다.

부끄러움보다는 혼란스러움과 당황스러움에 지하에서 나가는 데 급했던 것이 생각난다.


*

자주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받거나 힘든 날, 이런 식으로 당황스러운 일들이 '나한테 심리적 장애가 있나'라고 생각하게 한다.

비행운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단편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아주 불편한 감정을 떠올렸다.

비참함, 경멸과 공포, 혹은 우울감, 고립감, 죄책감, 무언가에 대한 원망, 수치심, 열등감 등 온갖 불편한 감정들이 읽는 내내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우습게도 내가 느껴봤던 뭐라 설명할 수 없었던 감정들이 문자로 표현되는 것만 같았다.

읽으면서는 잘 표현할수 없었던 생각들니 단편집 뒷부분의 해설파트를 읽고나서야 정리다 됐다고 한다면 너무 베끼는 것 같을까.

내가 느꼈던 공감되면서도 아주 불편한 감정들이 극도의 고립감과 광장공포라는걸.

내가 김애란 작가을 좋아하는 이유가 또 작가의 말에 씌여있었다.


무언가 나를 지나갔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이름을 짓는다.
여러 개의 문장을 길게 이어서
누구도 한번에 부를 수 없는 이름을.
기어코 다 부르고 난 뒤에도 여전히 알수 없어
한번 더 불러보게 만드는 그런 이름을.

나는 그게 소설의 구실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


<달려이 아비>나 <침이 고인다>를 읽으며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이렇게도 표현하는 구나'라며 무릎을 탁탁 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두근두근 내인생>에서는 단어를 찾는다는 표현이 마음에 쏙 들어왔다.

나도 언제나 단어를 찾고 싶어했으니까.

나는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을 좋아한다.

하지만 김애란 작가의 매력은 그것과는 다른 매력인 것 같다.

친근감 있는 어휘에다 적절해서 와닿는 신선한 표현때문에 재미있다.

그리고 통통 튀고 발랄한 매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하나하나 전보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단편집이었다.


*

문득 단편이 쓰고 싶어졌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누군가도 느낄까.

내가 찾아내고 이어붙인 말들로.


*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재미있는 책이 보고싶어 친구에게 가볍고 재밌게 볼만한 책 추천을 부탁했다.

그 친구는 병원에 꽤 오랫동안 입원해 있을 때 읽었다던 책을 소개했다.

읽으면서 갑갑함이 밀려왔다는 말도 함께 첨언했다.


서점에서 기욤 뮈소의 책을 많이 목격해서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다.

구해줘라는 책이 제일 많이 보였던 것 같은데 나는 개인적으로 가볍고 진부한 인터넷소설같은 느낌을 받았나보다.

그래서 손이 가지 않았던것 같다.

이왕 추천이 들어온 김에 당장 읽어보기로 했다.


*

소재는 시간여행.

소재만 본다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소재는 거의 없다.

이 작가는 시간여행이란 소재로 어떻게 이야기를 들려줄까.

잠시 책을 덮으면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상상해본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내 인생을 전적으로 어떻게 바꿔보고 싶다는건 아니지만 순간순간의 어리석음으로 후회가 밀려와 몸서리치게 만드는 기억들은 있다.

예를들면, 초등학교시절 바보같이 화낼 일도 화내지 않고 넘어간 일, 중학교 때 좀 더 많이 놀지 못한 것이라던지, 고등학교 때 암울하게 지낸 일이라던지, 대학교때 휘둘리며 지낸 일이라던지, 사회 초년생때 쓸데없는 겁이 너무 많았던 일이라던지,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지 못한 일이라던지, 누군가를 특히 미워하고만 지낸 일이라던지...

하지만 내게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을리가 없으니, 나중에 지금이 떠오르지 않도록 행동하고 사는 수밖에 없다.

혹 있다고 해도 리스크가 클테니 후회할 일을 적게 만들어야지.


*

그리고 지금 삶이 그렇게 싫지 않다.

상처받을땐 상처 받은대로 자양분 삼고, 행복하면 행복한대로 누리면 된다.

완벽한 삶이란 있지도 않고, 있다고 해도 굴곡도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이 재미없을 리 없다.


어느날 저녁 엘리엇은 예쁜 여자아이의 뒤꽁무니를 쫓아가다가 처음에 타려했던 객차를 타지 않았다.
그 덕분에 그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또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랑을, 친구를 그리고 인생의 소명을.
그 해, 며칠 사이에 엘리엇은 진정한 남자가 되어있었다.

- p.136 열아홉의 엘리엇 중


이 부분을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좋지 않았던 어린시절을 보낸 엘리엇.

일리나와 친구인 매트를 만나면서 엘리엇은 진정한 남자가 되었다는 말이 사람이 됐다는 말로 느껴졌다.

사랑하는 여자와 우정을 나눌 친구와 하고싶은 일까지 생겼다.

엘리엇의 인생에 이보다 완벽한 삶이 있을까.


하지만 엘리나를 잃고 평생을 그리워하며 살다 인생의 막바지에 인생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엘리엇.

사랑하는 여자 일리나 한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희생했다.

자신의 건강과 인생의 친구도 스스로 잃어가면서 외로움으로 가득 찬 삶을 짊어졌다.

그래도 참아낼만큼 그는 일리나가 없는 삶이 괴로웠나보다.


*

이래서 나에게 책을 추천한 친구는 보면서 갑갑함이 몰려왔다고 했나보다.


하지만, 누군가, 꽤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온다고.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노년의 세 사람이 살아서 만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해 엘리엇은 처음 일리나가 없는 삶 30년, 일리나를 살리고 일리나와 친구가 없는 삶 30년.

도합 60년을 외로움과 싸우며 지내왔다.

세 사람 각자의 상처와 시간의 깊이가 와닿아 더욱 마음이 저린 엔딩이었다.

엔딩이 이렇게 완벽할 수가 없다. 

영화처럼 장면이 그려지는 소설이었다.

소설은 점점 영화 시나리오 같아진다는 느낌이 든다.

워낙 스마트기계들이 보급되어 하나의 컨텐츠가 원소스멀티유즈가 된다.

드라마가 영화처럼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벌써 꽤 오래 전의 일이고, 최근에는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화, 공연화 되고, 소설은 영화처럼 쓰인다.

같은 작품을 여러가지 컨텐츠로 접할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같이 접하고 장르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도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아직 개봉 전인것 같은데 조금 기대해본다.



*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에 주의하세요..!


파울로 코엘료라고 한다면 역시 <연금술사>가 생각이 난다.

꽤 오래 전에 읽었던 <브리다>도 나쁘지 않았던 기억에 신작 <스파이>에 대한 기대도 자연스레 올라갔다.


책의 뒷편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것,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죄였다."

"마타 하리는 시대를 앞선 페미니스트로 그 시대의 남성들의 요구에 저항하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적인 삶을 택했다.
여전히 권력에 의해 무고한 삶이 희생되는 오늘날,
그녀의 삶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


자유, 독립적, 여성.

이 키워드를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마타 하리'라는 인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몰랐기 때문에

첫 장의 '사실에 근거함'이라 쓰여있는 문구는 믿음직스러웠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그녀의 처형장면을 시작으로 그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가리개를 거부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 마타 하리.

곧 이어 마타하리가 변호사에게 쓰는 편지의 형식을 통해 그녀의 일생을 엿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실망스러웠다.

누군가의 결과물을 두고 평가하는 것 같아 썩 좋진 않지만,

내가 실망감을 느낀 부분을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닌지 다시 정리해볼 겸 짚어보고자 한다.


*


책을 통해 내가 느낀 마타 하리는 불쌍한 여자다.

학생때 학교 교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로 그녀는 사랑을 부정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넓은 세계를 보여줄 것이라 믿고 한 결혼생활은 불행했고,

남편의 사랑없음에 벌어진 안드레아스부인의 총기사건은

그녀가 결혼과 사랑, 가정에 관한 사회적 관습을 벗어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술 더 떠 그녀에게 참다운 사랑을 알려주는 이는 나타나지 않고,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마세요. 사랑은 독이에요."라는 충고까지 듣는다.

그 시대에서, 그녀의 주변에서 그녀에게 사랑을 거부하도록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결혼생활에서 도망쳐 마타 하리로 이름을 바꾸고 무용수로 살아가기로 한다.

한 남자의 정숙한 부인, 아이들의 자애로운 엄마의 타이틀을 버리고

팜므파탈, 창녀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이다.

이 선택 자체는 놀라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게 그 선택은 좋아보이지 않았다.


"누군가를 만나고, 다시 한번 이름을 바꾸고,
내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세상 수많은 곳 중 어딘가로 가서
완전히 다시 시작하는 편이 쉬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남은 인생이 둘로 나뉘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여자와,
아무도 아니었고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들려줄 아무런 이야기조차 없는 여자.
내가 감옥에 갇힌 이 순간에도 내 영혼은 여전히 자유롭습니다."


마타하리는 그녀 자신이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고 편지에 썼다.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의 애처로운 합리화로 보였다.


다행히 그녀는 하고 싶은 것이 있었고, 그것에 열광받았고, 부와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독자로서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사치와 허영심, 거짓과 우선, 자만심에 빠져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 된장녀로 보였다.

(작가는 주인공이 환상에 젖어 편지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랑을 찾은 적 없다", "행복해지길 바란 적 없다"고 말하지만

그녀의 삶을 통틀어 사랑을 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길 간절히 바라며 살았다.

그 사랑의 종류가 팜마파탈인지 무용수로서 대중의 사랑이었든지, 아니면 자기애였든지 어떤 종류였던 말이다.

하는 말과 행동이 달리 보여 그녀가 더욱 애처로워 보였는지 모른다.


그녀가 자유롭다고 생각한 이유는 결혼생활에서 도망쳐 무용수로 살아간 것인데,

그 자유로움을 위해 수많은 거짓말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원조해 줄 수많은 남자와의 잠자리에 매여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녀가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란 타이틀을 단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마타하리를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있다.

지금도 정치 싸움과 권력싸움에 언론플레이 등으로 마녀사냥하는 꼴을 지금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타하리가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것이 유일한 죄라는 것은 동의할 수 없지만,

그녀가 피해자라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녀가 스파이를 받아들이고 활동하지 않았을 뿐이지만.


*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적어본다.


"유럽을 사로잡은 화려한 무희이자 전쟁 스파이...

시대를 앞서간,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여성 '마타 하리'

삶의 어느 순간에도 진정한 나로 살고자 했던 그녀가

우리 시대에 던지는 고귀한 메시지"


"삶의 어느 순간에도 진정한 나로 살고자 했던 그녀"가 우리 시대에 던지는 "고귀한 메시지"는 도대체 뭘까.

정리를 하며 다시 훑어봐도 그 "고귀한 메시지"는 뭔지 모르겠다.


"이 씨앗들은 네가 다른 꽃씨와 구별하지 못할 때라도 언제나 해바라기로 피어날 거야.
아무리 원한대도 장미나 우리 나라의 상징인 튤립으로 변할 수는 없어.
타고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죽을 때까지 고통스러운 삶을 보내게 된단다.
그러니까 그게 무엇이든 너의 운명을 기쁜 마음으로 따르도록 해라.

꽃들이 피어나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모두의 사랑을 받게 되지.
그러다 시들면 씨앗을 남겨 다른 존재들이 신이 하시는 일을 이어가게 한단다.
꽃들은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영원한건 아무것도 없다고.
아름다움도 시듦도 지나가고 새로운 씨앗을 남길 거야.
네가 기쁠 때나 아플 때나, 슬플 때에도 그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어.
모든 것은 지나가고 늙고 죽고 새로 태어난다는 것을.

아름드리나무들도 이렇게 작은 씨앗에서 자라난단다.
그 사실을 기억하고 결코 조급해하지 말아라"


또 어린시절 어머니에게 받은 씨앗 이야기도 멋진 말을 쓰기 위해 넣은 에피소드일까.

개인적으로 그녀는 씨앗의 의미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삶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를 때는

길을 잃는 법도 없습니다."


이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어서 번역이 잘못됐나 의심했다.

애초에 그녀가 가려던 방향은 어디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아

이 문구를 읽고 당황스러워했다.

그냥 멋진 말을 하고 싶었던걸까, 싶을 정도로.


"나의 삶도 이와 같았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주고 죽어버린 나이팅게일이었습니다."


또 편지의 막바지에 소년과 나이팅게일 이야기를 하면서 소년을 위해 희생한 나이팅게일을 자신과 동일시했다.

나는 또 당황스러웠다. 누굴 위해 희생한걸까, 마타하리는. 마타하리의 소년은 도대체 뭐였을까.

(나만.. 나만, 이해를 못한건가...!!!! ㅠ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내가 느낀 궁금증을 누군가 풀어줬으면 해서 찾아봤지만 속 시원한 글을 찾지는 못했다.

모호하게 알듯 모르겠다.


*


첫번째는 광고문구와 책의 내용이 매치되지 않는다는 느낌에 배신감을 느꼈던 것 같다.

두번째는 마타하리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함에 당황스러웠고,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가라는 생각에 허망함이 느껴졌다.

물론, 작가는 마타하리라는 인물 자체를 보이는데 목적을 두었을 수도 있지만

나는 독자로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 2012년 1월 12일 포스트 옮김.



한껏 기대가 된다!


이유 일은 게릴라 극장이기 때문이고,

이유 이는 연희단거리패이기 때문이고,

이유 삼은 공연명이 마음에 들어서,

이유 사는 포스터가 매력적이라서,

이유 오는 이미 보고 온 남자친구에게 강추 도장을 받았기 때문! 

 

그래서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공연!! 변두리 극장이었다!!



아직 공연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광대 분장을 한 배우들은 이미 나와있었다.
입장하는데 갑자기 난데없이 진한 화장품 냄새를 풍기는 광대가 앞을 가로막으며 손을 내민다.
놀라서 깜빡깜빡 쳐다보니까 배우가 좀 당황스러웠나보다.
아니, 내가 당황한거구나.

 

좌석 안내를 받으며 티켓을 살펴보니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입장 가능'한 이유를 알겠다.

이미 무대에는 배우들이 나와서 계속해서 입에있는 종이 줄을 잡아 빼고 있었다.
악기 들고 슬랩스틱을 하고, 뭔가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하다가 힐끔힐끔 쳐다보기도 한다.
그리곤 기어이 책상을 펼치고 신문을 넘겨가며 말을 건다.

'요즘 왕따 때문에 시끌벅적하죠?'

 

왠지 게릴라 극장의 이미지는 항상 사람이 많아 와글와글 시끌벅적한 느낌이다.
음.. 좋은 의미로 말이다! 즐거워 보여.

전에 있던 회사에서 배우들은 공연 시작 전 관객몰이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던데
저 광대 분장을 하는 배우들도 그렇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자 괜히 더 웃어주고 싶고 더 박수도 쳐주고 싶어졌다.

관객 몰이를 하는 공연의 장점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관객과 배우들의 친밀감이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이뤄진다는 것! (이건 상관 없는 말이구나! ㅋ)

원래 목적은 그게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뭐 어쨌건, 공연은 능청스럽게 시작됐다.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를 만큼.

 

*

공연은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 됐다.
마임, 말장난, 마술, 음악과 극중극의 형태(문학에선 액자형식이라고 배웠던가?).
내가 보기에 옴니버스식이긴 했지만 묘하게 이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막이 시작하면 낄낄깔깔크크 웃고, 막이 끝날 때마다 드는 허무함과 공허함이 좋았다.
요즘 대학로에 만연한 개그 공연들과는 다른 유머와 찌르는 듯한 말장난이 깊이 다가왔다고나 해야할까?

그래서인지 더 공감되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정확한 제목은 모르니까 내가 기억하는 대로 지어봤다.

 

변두리극장 

가장 처음에 나오는 에피소드로 변두리 극장의 표를 얻은 부부가 잠시 외출하기 위해 아들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란.. 참 씁쓸하기 그지없다. 

공연 변두리극장식의, 그러니까 뭐랄까, 카를 발렌틴식의 개그가 이런 거겠지?

 

옷걸이 사나이의 편지

뚜벅뚜벅 걸어온 광대가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마임을 시작한다.
광대는 1인 2역을 했는데, 와 정말 놀라웠다.
착시현상이 일어나서 눈을 몇번이나 꿈뻑꿈뻑 할 정도였으니까!!
마임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마임을 처음 본것도 아닌데도.

그리고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잘 그린 기린 그림이고 니가 그린 기린 그림은 못 그린 기린 그림이다」라는 느낌의 편지를 읽는데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도돌이표

변두리극장의 악단이 연주를 시작한다.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악보대로만 연주하기로 하고 연주를 시작하지만 어쩐지 잘 안맞았나보다.
지휘자는 지휘봉을 내리치고 연주는 중단된다.
지휘자가 왜 자꾸 반복하냐고 다그치자 악사는 말한다. 도돌이표!!

 

으하하하하

나도 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다.
피아노를 치다가 악보에 앞 뒤에 도돌이표를 달고 갖혀있는 2마디를 마주칠 때마다 고민이 됐었다.
다음으로 어떻게 넘어가지...라고.
물론 피아노 레슨 선생님이 와서 2번만 치면 돼. 라고 명쾌하게 해결해 주긴 했지만.

 

생각해 보니 웃기네. 왜 2번만 치면 되지?

 

예쁜 말로 싸우기

나이가 차면서 어느순간 내가 덜 피곤하면서 상대를 열받게 하는 스킬을 늘려간다.
웃으면서 화를 낸다던가, 차분하게 욕을 읖조린다던가, 순진한 표정으로 깐족대는 그런 종류의 것들 말이다.

때로는 손가락질 하나와 표정, 입꼬리의 움직임은 상대의 마음에 스크~래취를 내는데
굉장한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어느순간 모순되어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면 어이없다.
그냥 화나면 화 내고,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으면 되는데
화가 나도 태연하고, 웃겨도 화를 내고, 울고 싶은데 웃는다.
그 알량한 자존심과 지고싶지 않다는 승부욕, 자만심. 그것들이 뭐길래, 우리를 이렇게 모순되게 만드는가.

 

제본공 이야기

한 제본공이 전화를 건다.
'네 안녕하세요, 맡기신 책이 완성되었고, 어디로 보내드리면 좋을지, 영수증을 함께 보내드려도 좋을지 말씀드리려 합니다.'

작년 가을, <그랜드 민구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장소 대여를 위해 구청에 전화를 걸 때가 생각났다.
고작 장소를 반나절 사용하는 걸 허가 받기 위한 절차였다.
전화가 담당자에 연결되기까지 2주의 시간이 걸렸다.

구청 한 직원으로 시작해 문화과 총무과 건설과 전기과 다시 총무과에서 문화과로 전화를 돌리다보니
내가 어느 어디랑 어떤 번호로 통화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함께 기획하는 동료들이 어떻게 됐냐 물었을때, 할퀼 듯이 크르릉 댔던게 생각나서 웃음이 난다.
저 제본공이 그 때의 내 기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묘한 동질감이 들어서 깔깔댈 수밖에 없었다.

어디였더라, 행정은 그런거야!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알레그로!! 

엔딩 공연인데 무대가 죄다 무너지는 씬이었다!!
지휘자 열받아서 신발 신더니 지휘자 석의 스프링 달린 장치를 타고 앞뒤로 옆으로 흔들어대면서
알레그로!!를 외친다!
그럼 연주자은 미친듯이 연주를 하는데 그건 연주라기보단 소음에 가까웠다 ㅋㅋ//

그러자 만국기가 떨어지고, 천장에서 돌이 떨어지고, 구조대가 출동하고, 벽이 무너진다! 

게릴라는 대체로 무대를 다 부숴버리는 걸 좋아하나보다 ㅋ

 

변두리 극장은 원래 독일 작가인 카를 발렌틴의 단편이라고 한다.
칼 발렌틴은 끼가 많았나보다. 배우에 작가에 영화 제작자까지 다 했다는 걸 보면 말이다.
사실.. 잘 몰라서 공연 상세페이지 참고해서 이것저것 검색 해 봤는데 공부가 많이 됐다.
뜻하지 않게 찰린 채플린까지 찾아보게 됐고.

요약하면 칼 발렌틴은 독일의 찰린 채플린라고 생각하면 될 듯.

공연 상세페이지에 보면 카바레트 드라마라는 장르가 나오는데,
간단히 정치,경제,문화,교육 등 사회에 대한 비판, 풍자적으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게릴라식 극의 형태라고 한다

나는 정보를 좀 잘못 파악하고 있었나보다.
카를 발렌틴의 단편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건조한 글이라고 하던데
그걸 광대극으로 표현해내다니!! 완전 적절하네!! 라고 생각했는데,
좀 찾아보니까 그렇게 각색한 게 아니라 원래 장르는 광대극이었나보다 ^^;; 

공연이 인상깊어서 변두리극장 책을 주문했다 !! 

나머지는 책을 읽고 나서 써야겠다!!


* 2012년 1월 12일 포스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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