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군과 방구석 1열을 보다가 영화 <툴리>를 봤습니다.
세 아이의 엄마인 마를로가 육아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보모를 고용합니다. 보모로 온 툴리의 도움으로 마를로의 일상이 바뀌는 이야기입니다.
*
툴리 / 당신을 돌보러 왔어요.
마를로 / 아이를 돌보러 온 줄 알았는데요.
툴리 / 전체를 치료하지 않고 부분만 고칠 순 없어요.
툴리는 왠지 알수 없는 얘길 하며 아이를 품에 안습니다.
마를로는 오랜만에 깊이 잠들 수 있었고, 충분히 잠을 자니 세상이 밝고 컬러풀해보입니다.
시도때도 없이 가시돋힌 생각과 감정이 줄줄 새던 전과 달리 감사와 여유가 생겼습니다.
모두 툴리 덕입니다.
마를로 / 못 다 이룬 꿈이라도 있으면 세상을 향해 원망이라도 할텐데, 그저 나한테만 화풀이 해요.
못 다 이룬 꿈이 있어 비참한 것이 아닙니다.
그도 그럴게, 툴리를 만나기 전의 마를로는 반복되는 소리, 장면, 피로, 고통이 누적되어 자신을 돌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식사 자리에서 아이가 우유를 마를로의 옷에 쏟자 자연스럽게 옷을 벗어 던지는데 아이가 한마디 합니다.
"엄마, 몸이 왜그래?"
마를로는 못다 이룬 꿈때문이 아니라 육아는 그냥 고통이라 말하는 듯했습니다.
이런 생활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를로에게 툴리는 말합니다.
툴리 / 삶도 심심하고 결혼도 심심하고 집도 심심하지만 별 탈 없이 성장해서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잘 키우는 일,
그게 대단한 거예요.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꿈을 이루신 거예요.
하지만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으면 다 소용이 없습니다.
마를로 본인은 말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이미 엄마가 불행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
영화를 본 후 최군은 영화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산전후 우울증으로 정신분열 겪는 이야기"라고요.
최군이 어떻게 이 이야기를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는 요약입니다. 아마 끔찍한 현실육아를 목격했겠죠.
우리 부부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 우리의 생각을 강화시키는 현실육아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최군의 말대로 아이 낳지 말라고 이런 영화를 찍은걸까요.
이 작품의 핵심 메세지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I Love Us. (난 우리를 사랑해)
마를로가 사고 후 깨어나자 남편이 마를로에게 건넨 말입니다.
우리는 나를 포함한 너 또는 너희들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남편은 마를로에게 나도 너도, 그리고 나와 너의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진작 알지 못한건 혼나야 마땅한 일이지만, 남편은 이제라도 제대로 깨달은 모양입니다.
마를로도 남편의 말에 답합니다.
I love us, too. (나도 우리를 사랑해)
에리히 프롬은 말했습니다.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라고.
사랑하는 것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관심가지고, 상대의 필요를 알아채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나와 너와 너희를 빠짐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지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작지만 큰 변화입니다. 가사와 육아를 나누고, 일상을 공유하는 것.
마를로가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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