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책장을 훑는 것이었다.
내 책장에 어떤 책들이 꽂혀있는지, 그 중에서 제일 처음으로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선택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1월에 신혼집으로 이사 하면서 부모님 댁의 내 책장에서 책을 골르고 골라 왔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
나처럼 동화가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책에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쓸 필요 없을 것 같다.
나는 읽었으니 알고있고, 혹 궁금한 사람들은 읽어보면 될 일이니까.
학교 숙제 하듯이 주절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난건 한참 서점에 들락거릴 때 손에 잡히길래 구입한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도 종이책을 꽤 오랫만에 손에 들었던 때 같다.
내 기억에 그 때 한참 어른동화, 잔혹동화 등 고전동화를 비틀어 보는 책들이 유행했던 것 같다.
그 비틀어진 동화들을 다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대충의 내용은 알고 있었다.
뭐 '헨젤과 그레텔은 사실 살인마였다'는 괴담같은 이야기랄까?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동화의 내용에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동화가 어떤 내용이었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동화가 필요한 소년이다. 그 소년에게 동화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소년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동화같은 이유는 바로 소년이 동화를 필요로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 솔직히 적잖은 충격이었다.
동화가 소년의 이야기가 되었고, 그 소년의 이야기가 하나의 동화 같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경험을 했던 걸까? 어떻게 이런 포인트를 짚어냈을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동화라고 하기엔 너무 어둡고 잔인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아이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아니, 없길 바라는 이야기가 모두 들어있다.
전쟁, 살인, 폭력, 이혼, 욕망, 정치, 배신, 기만, 거짓말, 위선.
동화이기 때문에 감춰질만한 모든 잔인하고 더럽고 냄새나는 요소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쯤되면 내가 어릴적 읽었던 동화가 이렇게나 잔인했던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읽어보면, 짧게 기술되었지만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이야기들이 많다.
신데렐라에서 유리구두를 신기 위해 발뒷꿈치를 잘라냈던 것이나
마녀는 사람을 잡아먹고, 헨젤과 그레텔은 마녀를 화덕에 넣어 화장시킨다.
백설공주의 계모는 아무리 양딸이라지만 독사과로 살인을 시도을 했고,
빨간모자에서 사냥꾼은 늑대의 배를 가르고 죽이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잔인하게도 돌을 넣고 살려둔다.
이렇게 잔인한 이야기들을 읽어도 무서운지 모르는 아이들을 보면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이 책의 부록에는 이런 말도 있었다.
요즘 동화들은 잔인하고 위험한 요소들이 싹 빠지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어른들이 보는 동심을 그리는데, 잔인하고 위험한 요소들이 빠져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나도 이 책을 읽고 이 말에 동의한다.
같은 이야기를 봐도 '아이인 나'와 '어른인 나'가 보는 것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게 바로 동화의 매력일 것이다.
분명히 어렸을 적 나는 정말 많은 동화를 읽었을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브레맨 음악대, 아기돼지 삼형제, 빨간모자, 빨간머리 앤, 피노키오, 백설공주, 신데렐라...
분명 어릴적 책을 좋아해서 수없이 많은 동화들을 읽었던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 단편적으로만 기억날 뿐 정확히 알고있는 동화가 단 하나도 없었다.
오즈의 마법사는 결국 뭐였더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집에 돌아 갔던가?
빨간머리 앤은 한마디로 무슨 내용이지?
백설공주는 결국 집으로 돌아갔던가?
결국 생각이 나지 않는건 '어른인 나'는 동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작가의 말까지 꼼꼼하게 다 살피게 됐다.
작가의 말중에 인상깊었던 말이 있었는데,
"이 소설을 쓴 것 만으로도 작가 한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말을 읽으면서 나도 "그럴 만 해"라고 수긍이 됐고, 또 한편으로 정말 부러웠다.
이 책을 동화를 읽어본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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