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7월 18일 포스트 옮김.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특별히 유난떨지 않아도 좋아,
그저 남들이 우릴 봤을 때 예뻐보이게 사귀자.
왜 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기분이 묘하게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 그건 첫 사랑이었을거다.
아마도.
나는 사전 정보 없이 연극을 보러간다.
물론, 배경지식이 필요한 극들도 있지만,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스 코미디는
일부러 더 모르는 상태로 가려한다.
내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다.
무엇이 나오든 있는 그대로 느끼고 즐기고 싶어서,
랄까.
*
어느 공연이나 그렇듯,
공연이 시작되기 전 배우 중 한 명이 나와 관객과 인사를 한다.
저희 공연을 보고 가슴이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네, 물론.
공연이 좋으면 가슴이 따뜻해지겠지요 ^^.......
이렇게 조소섞인 웃음을 보내고,
처음 주인공들의 등장에 나는 조금은 실망했는지도 모른다.
어눌한 말투와 아이처럼 뽀로로에 열광하고,
바보처럼 웃고 있는 얼굴.
아.. 모자란 이들의 사랑 이야기구나.
그래서 가슴이 따뜻해지라고 했구나.
모자란 그들을 보면서,
동정심 느끼며, 아,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느껴보라 이건가.
하지만 여러모로 사람 놀라게 하는 공연이다.
눈 앞에서 배우들이 튀어나오질 않나,
쓰레기통에서 케이크가 나오질 않나,
사람을 이렇게 부럽게 하질 않나.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마주보고 숨을 쉴 수 있어서
그대를 안고서 힘이 들면 눈물 흘릴 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댈 아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
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게
지친 하루 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란 걸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보다 더 감동적인 러브송을 들어본 일이 없고,
너무너무 행복해보여서
정말정말 부러워졌던 이벤트를 본 적이 없다.
진짜 부러워서 하얀나라의 파편을 하나 집어들고 왔다.
아무것도 아닌 그저 사과를 쌌던, 포장지.
아, 맞다.
행복을 만드는 건 무언가 특별한 것이 아니었지.
난 뭐가 그리 똑똑해서 머리로만 알고 있는건지..
그들도 어른이다.
화를 못내는게 아니라 참을 수 있는,
누가 날 사랑해주는지 알고,
바보취급하면 자존심도 상하는
그들도 사람이다.
마냥 모자르다고 생각했던 그들도 사랑을 한다.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심지어 가슴도 만진다.
가슴 못만지게 하면 화가 날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당연한건데,
사랑은,
누군가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
뭐, 진짜 당연해서 너무 민망하다.
* 2011년 7월 18일 포스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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